박컴공 씨(29)는 컴퓨터 공학과를 졸업한 후 작은 스타트업에 들어가 개발자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첫 직장이라 감을 잡는 데 오래 걸렸지만, 시간이 지나도 조직문화가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습니다. 업무 방식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았죠. 더군다나 본업 외에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다 보니 독립적으로 일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들기 시작했습니다.
주변에서 우려를 내비쳤지만, 박컴공 씨는 용감하게 작년 1월 퇴사 후 프리랜서로 전향했습니다. 대첵 없는 프리 선언이 아니라, 회사를 다니면서 나름 사전 조사도 마치고 일을 받을 곳들도 확보해 놓았기에 자신이 있었죠.
집에서 일을 할까 싶었지만, 코로나 팬데믹 당시 회사에서 재택 근무를 해보니 하루 루틴이 쉽게 무너지고 생산성도 그리 높지 않았던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박컴공 씨는 거래처와 미팅하기 좋은 위치에 작업실을 구했습니다. 컴퓨터도 새로 장만했죠. 1인 사업자도 종합소득세 신고 시 비용 처리가 가능하다고 해서 사업과 관련한 지출마다 영수증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1년을 돌아보니 수입과 각종 비용이 다음과 같이 정리가 되네요.
박컴공 씨의 결단력 있는 판단이 옳았습니다! 프리랜서 전향 후 총 1억이라는 놀라운 수입을 올렸기 때문이죠.
자, 프리랜서로서의 성공은 성공이고, 첫 1년을 깔끔하게 마무리할 종합소득세 신고철이 돌아왔습니다. 종합소득세 D유형을 안내 받은 박컴공 씨의 추계신고와 기장신고(간편장부) 시나리오를 함께 따라가볼까요?
박컴공 씨는 먼저 장부 없이 간단하게 세금을 신고할 수 있는 추계신고를 찾아보았습니다. D유형은 추계신고 시 경비율 중에서도 기준경비율이 적용된다고 하네요?
경비율은 신고자에게 장부가 없어서 증명할 수 없는 비용(경비)을 정부가 정한 경비율로 계산하여 처리하는 것인데요. 기준경비율은 경비 전체를 계산해주는 게 아니라, 경비 중에서도 기타경비만 계산해줍니다. 그 외의 매입 비용, 임차료, 인건비는 증빙이 가능할 때만 뺼 수 있죠.
그럼 위의 표를 토대로 박컴공 씨가 추계신고 시 비용 처리할 수 있는 항목과 그에 따라 계산되는 소득과 세액을 하나하나 따져보겠습니다.
1) 기준경비율로 추산한 기타 경비: 1700만원
박컴공 씨는 실제로 2500만원의 기타 경비를 지출했습니다. 하지만 기준경비율로 추계신고를 하기로 했으니, 실제 지출과 상관없이 기준경비율로 기타 경비를 계산하기로 합니다.
귀속연도 2023년 기준 컴퓨터 프로그래머(업종코드 940909)의 기준경비율은 17%입니다. 이 비율을 총 수입에서 곱하면 기타경비가 나옵니다.
💶 박컴공 씨의 작년 기타 경비 = 1억원 × 17% = 1700만원
앗, 안타깝게도 박컴공 씨가 작년에 실제로 지출한 기타 경비(2500만원)보다 적게 잡히네요.
2) 임차료: 600만원
1년간 월세 50만원씩 충실히 지출한 임차료도 증빙이 가능하니 추계신고 시 비용 처리가 가능합니다.
💶 박컴공 씨의 작년 임차료 = 50만원 × 12(개월) = 600만원
안타깝게도 컴퓨터(사업용 유형 자산) 매입 비용은 추계신고 시 별도로 비용 처리가 불가합니다. 기준경비율에 함께 포함된 것으로 파악하기 때문이죠.
3) 총 경비: 2300만원
💶 박컴공 씨의 작년 총 경비 = 1700만원 + 600만원 = 2300만원
이로써 기준경비율로 추계신고할 시 박컴공 씨가 비용 처리 가능한 금액은 총 2300만원입니다. 실제로 경비로 지출한 금액 3300만원보다 적게 잡혔네요.
4) 최종 소득: 7700만원
그렇다면 박컴공 씨가 장부 없이 추계신고를 할 시 최종적으로 잡히는 소득은 얼마일까요? 소득은 총 수입에서 경비 처리된 금액을 차감한 값입니다.
💶 박컴공 씨의 작년 소득 = 1억원 – 2300만원 = 7700만원
5) 산출 세액: 1272만원
추계신고 시 잡히는 박컴공 씨의 작년 소득은 7700만원입니다. 편의상 소득·세액 공제가 없다고 가정하여 최종 소득을 바로 종합소득과세표준으로 잡으면, 2023년 기준 해당 금액에는 24%의 세율이 붙고, 576만원의 누진 공제가 적용되네요. 이들을 모두 적용하면 박컴공 씨의 세액이 나옵니다.
예외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종합소득세 D유형은 장부를 써서 세금을 신고하는 기장신고가 유리합니다. 박컴공 씨만 해도 기장신고를 하면 총 240만원의 세액을 덜 낼 수 있었는데요.
간편장부는 국세청에서 비전문가도 가계부처럼 쉽게 쓸 수 있도록 만든 장부 양식이지만, 직접 쓰기가 부담스럽다면 세무사에게 맡기면 됩니다. 다만 1년치 전체에 대한 지출 증빙 자료를 모두 모아서 세무사에게 제출해야 합니다. 그러니 박컴공 씨처럼 평소에 증빙 자료를 잘 정리해두었다면 좀 더 수월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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